사진작가인 민우는 우연히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한다. 그녀의 시체에 손을 댄 순간 사람의 생명이 피부 위에서 사그라지는 걸 느낀 다음날 학창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옛 애인 재희와 우연히 마주친다. 유부녀가 된 재희는 그에게 아홉 번의 섹스를 제안한다. 그녀와 살을 맞대는 순간 그에게는 잊고 있던 사랑의 열정이 되살아나고...
한편 민우는 새 자취방을 구하는데 왠지 그 방은 과거가 석연치 않다. 옷을 만드는 소녀였다는 전 주인의 심상치 않은 물건들, 그리고 말을 삼가는 부동산업자. 그리고 그 방에서 민우는 재희와 섹스를 하는 순간 소녀의 환상을 경험하는데...서서히 민우를 지배하는 두 여자의 살결. 한 사람은 육체로, 한 사람은 영혼으로 그를 사로잡는다.
연출의도. <살결>은 주인공 민우가 겪는 두 가지 만남-십 년 전 애인과의 육체적 만남과 죽은 소녀의 영혼과의 만남-으로 전개된다. 두 만남은 서로 대비되기도 하고 뒤섞이기도 한다. 영혼과의 교감이 계속되면서 옛 애인과의 육체적 관계도 변화된다. 남녀의 육체적인 관계는 개개가 절정을 가진 하나의 드라마이고, 그 드라마들은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. 이야기는 민우가 옛 애인과 그리고 소녀의 영혼과 맺게 되는 관계의 변화를 추적해 가고 마침내 그들이 마음 속에 덮어버렸던 진실에 까지 이른다. 카메라는 인물들에 아주 가까이 다가서거나 멀리 떨어지는 것에 의해 운명에 무력하면서도 한편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그들의 이중성을 묘사하게 될 것이다.